이승만· 김구와의 서신 등 유품과 자료 717점
▲ 권영진 대구시장이 이경희 선생의 유품을 증한 이단원씨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대구시 제공)
이경희 선생의 딸 이단원 씨(82·경기 양평 거주)가 대한독립촉성국민회 총재 이승만의 서신을 포함해 60여 년간 소중하게 간직해온 이경희 선생의 유품과 관련 유물, 자료 등 717점을 최근 대구시에 무상으로 기증했다.
기증품 중에는 이단원 씨가 개인적으로 수집해온 백남준 판화 2점 등 미술품과 도자기류 등 31점, 개인소장 도서·자료 667점 등도 기증 대상에 포함됐다.
이에 권영진 대구시장은 지난 11월 30일 대구시청에서 이단원 씨에게 감사패를 전달한다.
유품 중에는 1947년 5월 29일 당시 대한독립촉성국민회 이승만(李承晩) 총재(부총재 김구·金九, 공동 발신)가 독립운동가 이경희(李慶熙·1880~1949) 선생에게 보낸 서신 4점과 독립운동 관련 유물 19점도 포함돼 있다.
▲ 사진 왼쪽 독립촉성국민회 총재 이승만이 도지부장인 이경희에게 보낸 편지.(1947. 7. 5.)과 이경희선생 선친인 이병두가 고종한테 받은 편지(1906)
아울러 지역 독립운동사를 연구할 수 있는 귀중한 사료는 물론 나라사랑에 앞장서 온 선열들의 정신을 배우고, 대구시민의 자긍심을 고취시키는 데 상당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여진다.
또한 이경희 선생의 선친인 이병두(李柄斗) 옹이 고종으로부터 받은 서신인 칙유 1점도 기증 유물에 포함돼 있다. 이 서신 내용은 고종이 언제 한번 만났으면 한다는 뜻을 인편으로 보낸 것이다.
이병두 옹은 개화기 선각자로 경북 지역에서 노비해방을 처음으로 단행했으며, 한의사이자 한학자였던 것으로 알려진다.
이 씨는 “아버지는 돌아가시기 전까지 ‘나라를 위해 헌신한 것은 마땅히 백성된 양심으로 한 것이니 독립유공이니 뭐니 자랑 같은 것은 하지 마라“고 하셨다”면서 “아버지가 남기신 유품들을 정리하던 중 그냥 묻어두기에는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 이들 유물을 대구시에 맡기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이어 “아버지의 손때가 묻은 유품들이 독립운동의 정신과 나라 사랑하는 마음을 후대에 알리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나라 잃은) 못난 나’라는 의미인 지오(池吾)를 호(號)로 삼은 이경희 선생은 1880년 대구 무태에서 태어났다. 한성(漢城) 기호(畿湖)중학교를 졸업하고, 대구와 안동에서 교편을 잡던 중 나라가 망하자 독립운동에 나섰다.
선생은 1922년 항일단체인 의열단(義烈團)에 가입해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 폭파를 계획하다 체포돼 옥고를 치르기도 했다.
1945년 광복 후 경북도부지사, 대구부(府) 초대부윤(府尹·1945∼46), 대한독립촉성국민회 경북도지부장, 남선경제신문(현 매일신문) 사장 등을 역임했다.
대구망우공원에 공적비가 있으며, 정부는 선생의 공훈을 기려 1980년 건국포장, 1990년 건국공로훈장 애국장을 추서했다.
▲ 사진 왼쪽 총재 이승만, 부총재 김구가 경상북도지부장 이경희선생에게 보낸 비밀편지(1947. 5. 29.)과 독립촉성국민회 총재 이승만, 부총재 김구가 이경희에게 보낸 편지.(1947. 6. 25.)
금오공대 김일수 교수(한국근대사)는 “기증 유물 중 이경희 선생과 이승만·김구 선생 간 비밀편지 4점은 해방 후 혼란스러운 우리나라의 시대상을 알 수 있는 귀중한 자료”라고 말했다.
1946년 2월 8일 서울 인사동에서 신탁통치반대운동을 공통분모로 이승만(李承晩)의 독립촉성중앙협의회와 김구(金九)의 신탁통치반대국민총동원위원회를 통합해 ‘대한독립촉성국민회(大韓獨立促成國民會)’가 결성됐다. 이 단체 발족 당시 이승만이 총재, 김구가 부총재를 맡았다.
“나 대한독립촉성국민회 총재 이승만이오. 이경희선생, 긴급하게 협의할 일이 있으니, 6월 5일 오전 10시에 아무도 모르게 나를 찾아 왔으면 하오….”이는 서신 내용 중 일부다.
서신 4점은 이 단체가 각 도로 보낸 밀신(密信) 가운데 하나로, 당시 긴박하게 흘러가던 정국을 파악할 수 있는 사료(史料)로 평가됨에 따라 대구시는 서신 등 주요 유물은 대구근대역사관 상설전시장 독립운동 부스에 전시할 예정이다.
대구근대역사관은 이경희 선생 유물 기증을 계기로 내년 상반기에 일제강점기대구출신 독립운동가를 주제로 특별기획전을 열 계획이다.
최현묵 대구문화예술회관장은 “대구출신 독립운동가인 이경희 선생의 유물은 지역 독립운동사를 연구할 수 있는 귀중한 사료”라며 “오랜 세월 소중하게 간직해 온 유물을 흔쾌히 기증해 주신 이 할머니께 깊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유물들은 나라사랑에 앞장서 온 선열들의 정신을 배우고, 대구시민의 자긍심을 고취시키는 데 상당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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